암벽등반, 클라이밍 손가락 부상, A2 A3 활차 파열 진단, 증상, 치료법

30대 남성이 암벽등반을 하다가 한쪽 손가락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서는 떨어진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근이 아프고 붓고 눌렀을 때도 심한 통증이 있다. 

손가락이 잘 굽혀지지도 않는다. 

 

https://youtu.be/aPA86oG4ez4

암벽등반 중 왼손가락의 통증으로 떨어진다

 

암벽 등반처럼 손가락에 과도한 힘을 주다가 갑자기 퍽 소리 또는 느낌과 함께 손가락이 아프고 굽혀지지 않는 증상이 생긴다. 대부분 활차라는 구조물이 터진 것이다. 

 

흔하진 않지만 가끔 발생한다.  손가락 힘줄이 끊어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 잘 알아둬야 한다. 

 

 

암벽등반, 클라이밍 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흔한 손가락 통증의 원인은 손가락 관절염일 것이다. 

본인이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손가락 끝마디가 주로 아프다면 관절염을 의심하는 것이 맞다. 

이에 대한 글을 아래를 참조하자. 

2020/03/14 - [정형외과의사의 건강이야기/손, 손목, 팔꿈치] - 핸드폰 쓸 때 엄지 손가락 마디 통증, 나도 혹시 관절염? (feat. 관절염 유전)

핸드폰 쓸때 엄지 손가락 마디 통증, 나도 혹시 관절염? (feat. 관절염 유전)

 

 

우선 활차를 알기 위해서 손의 구조에 대해서 알아보자. 

 

손가락은 엄지를 제외하고 3개의 뼈로 구성되어있다. 

이름은 손바닥 쪽부터 근위 지골, 중위 지골, 원위 지골 ( proximal, middle, distal phalanx)이다. 

 

 

손가락은 세개의 뼈로 이루어져있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이 이 뼈들에 붙어서 작용하는데 

굽힘근에는 손가락 두 번째 뼈까지 가는 얕은 굽힘근(superficial flexor)과 손가락 끝까지 가는 깊은 굽힘근(deep flexor)이 있다.

 

그리고 이 힘줄들이 효과적으로 일을 하도록 활차(pulley)가 힘줄들을 뼈에 붙여준다. 

 

활차는 총 5개가 있고 A1, A2,,, A5로 명명한다.  (A는 annular, 동그란 모양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십자 모양의 Cruciate pulley 가 3개 더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

 

이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A2, A3, A4이고 방아쇠 손가락증을 일으키는 것이 A1 활차이다. 

 

이 활차에 힘줄이 걸리게 되면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거나 펴지지 않게 되는 것이 방아쇠 수지증이다. 

2020/03/18 - [정형외과의사의 건강이야기/손, 손목, 팔꿈치] - 손가락이 안 펴진다면, 나도 방아쇠 수지? (feat. 최소 절개 수술)

손가락이 안펴진다면, 나도 방아쇠 수지? (feat. 최소 절개 수술)

 

 

#활차가 손상되면 어떻게 될까

 

 

손가락 굽힘근과 힘줄을 잡아주는 5개의 활차들 (출처: medium.com)

 

위의 그림과 같이 힘줄을 잡아주는 파란색의 활차들이 있고, 이 중에서 2, 3번째가 손상이 생기면 손가락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2, 3번째 활차가 손상되면 활시위처럼(bowstring) 힘줄이 뜨게 되고, 이렇게 되면 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활차 손상은 매우 중요하다. 

 

 

A2, 3 활차 파열시 활시위처럼 힘줄이 뜨게 된다 (출처 Neumann DA. Kinesiology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St.Louis: Mosby, 2002.)

 

이 중에서 암벽 등반 시 가장 흔히 손상되는 활차는 A2 활차이다.  이유는 끝에 마디는 편채로 손가락에 힘을 준다면 2번 활차에 걸리는 힘이 3-4배가 되기 때문이다. 

 

중간마디만 굽힌채로 물건을 세개 잡으면 A2활차에 무리가 간다.

 

그리고 손가락 중에는 4번째 반지 손가락이 가장 흔하게 손상이 된다. 이유는 돌을 움켜잡을 때 4번째 손가락은 주변의 손가락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단은 어떻게?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위가 아프면 A2 활차 파열을 의심할 수 있다

 

대부분 손가락에서 갑자기 뚝 하면서 끊어지는 느낌이 난다. 

이럴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힘줄 파열, 두 번째는 활차 파열이다. 

 

힘줄 파열은 잘 안된다. 예전에 다친 적이 있거나, 여러 차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면 모를까, 젊은 사람의 힘줄이 그냥 끊어지지는 않는다. 

 

만약 힘줄 파열이라면 손가락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활차 파열이라면 아파도 굽힐 수는 있을 것이다. 

 

A2 활차 파열이라면 손바닥과 손가락이 만나는 지점이 아프고, 붓고, 압통이 심하게 있다. 

 

제일 확실한 진단은 초음파이다.

 

초음파는 손가락을 직접 움직이면서 힘줄을 관찰할 수 있는 역동적 검사(dynamic exam)라서 

활차가 터졌을 때 손가락 힘줄이 뜨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힘줄 파열도 관찰이 가능해서 제일 좋은 검사라고 할 수 있다. 

 

#치료는?

A2 활차 단독 파열이라면 수술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2, A3가 같이 파열되거나 A2, 3, 4 가 같이 파열되었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약 2주간 부목 고정을 하고 4주 정도 재활치료를 한다. 

 

가벼운 운동은 약 2달 정도 뒤에 시작하고

 

암벽등반같이 힘든 운동은 3-6개월 뒤 하도록 한다. 

 

대부분 힘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되어있다. 

(SCHOFFL V. R., F. EINWAG, W. STRECKER, and I. SCHO¨FFL. Strength Measurement and Clinical Outcome after Pulley Ruptures in Climbers. Med. Sci. Sports Exerc., Vol. 38, №4, pp. 637–643, 2006)

 

그리고 다시 암벽등반을 시작할 경우에는 taping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 예방법?

 

손가락에 무리한 힘을 많이 준다면 당연히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암벽 등반을 해도 사이에 충분한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대가 강화되려면 30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활차를 이루고 있는 콜라겐 조직이 새로운 조직들로 대체되는 사이클이 300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근육의 회복기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암벽등반을 시작한 지 1년이 안되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 활차를 이루고 있는 콜라겐은 수분이 주성분이므로, 물을 항상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좀 더 실질적인 방법으로는 활차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인데 

바위를 잡을 때 오픈 크림프로 (open crimp)로 잡아야 한다. closed crimp는 A2 활차에 큰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Open crimp로 잡아야 활차 파열을 예방할 수 있다. ( ref: medium.com)

적절한 테이핑을 하는 것도 A2 활차에 무리를 줄여줄 수 있다고 한다. 약 10% 정도의 하중을 줄여준다고 하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너무 꽉 감지 않는 것이다. 너무 세게 감으면 혈류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2 A4 pulley 보호를 위한 taping

 

또 한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대는 근육과 달리 유연성이 더 부족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클라이밍을 하기 전에 30분 정도 준비운동을 하고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 

 

여러 개의 활차가 동시에 파열된다면 수술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예방이 최선이다. 

다들 안전한 운동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