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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의사의 건강이야기/손, 손목, 팔꿈치

손목 터널 증후군인 줄 알았는데, 오진이었다면

압박성 신경병증. 

말이 너무 어렵지만, 손목 터널 증후군 등과 같이 신경이 눌리면서 나타나는 병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 중에서 손목 터널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이 가장 흔하다. 

 

오늘도 JBJS review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학회지 중 하나인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American volume에 2020년 2월에 실린 내용이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뭐죠

https://www.health.harvard.edu/a_to_z/carpal-tunnel-syndrome-a-to-z

수근관 증후군, 손목 터널 증후군은 전 인구의 3.7% 정도가 앓는 매우 매우 흔한 질병이다. 

 

원인은 손목을 지나가는 정중 신경 (median nerve)가 눌리면서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손목의 횡인대 (transverse carpal ligament)에 눌리지만, 골절이 발생하고 난 뒤에 손목의 뼈에 눌리기도 한다.

 

대부분 엄지 검지 중지 약지의 절반까지 저리며, 감각이 떨어지기도 하며, 밤에 너무 저려서 깨기도 한다. 

더 진행하면 엄지 손라가의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손바닥의 감각은 살아있다. 왜냐하면 정중 신경은 손가락으로 가고, 손바닥의 신경은 손목보다 더 위에 있기 때문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진단은 여러가지 신체 검진과 자세한 병력 청취가 기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한 평가를 위해서 근전도 검사를 시행할 수는 있지만, 근전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모든 신경이 정상) 손목 터널 증후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재로 10% 정도에서는 놓친다고 한다. 병력과 신체검진이 확실하다면 확진할 수 있다. 

 

손목 터널 증후군 환자에게는 주사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NN_w30ydAE&t=194s

 

확진 후에는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보존적 치료에는 야간 부목 고정, 약물 치료와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아래를 참고하자 )

2020/04/01 - [정형외과의사의 건강이야기/기타] - 뼈주사 맞아도 돼요? 스테로이드 주사의 안정성과 부작용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의 보존적 치료에도 듣지 않을 시에는 수술적 치료로 넘어가는데 

 

수술적 치료에는 최소 절개, 내시경 수술, 절개 수술 등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대부분의 결과는 좋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진될 경우에는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잘못된 수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오늘은 감별해야 할 질환들에 대하여 알아보자. 

 

감별해야 할 질환들

1. 운동 신경병

 

운동 신경병 (motor neuron disease)는 스티븐 호킹이 걸린 루게릭 병으로 유명하다. 굉장히 드문 질병이고 10만 명당 2명, 주로 50대 중반에서 나타난다.  전신으로 오면 루게릭이지만, 상지 또는 하지로만 오는 병도 있어서 감별을 요한다. 

 

감별점은 운동신경병은 감각은 정상이고 근전도 검사에서 운동 신경이 감소하고, 수근관 증후군은 감각 신경의 전도가 느려지는 것이 보인다.

 

2. 다발성 경화증

 

운동신경병보다는 훨씬 흔하다.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감각과 운동 신경 모두를 침범한다. 초기 증상은 몸의 모든 곳에서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저하되는 것으로 시작되어 이후에는 배뇨 조절이 안되고, 눈이 안보이거나 떨림 심하게는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3. 경추의 문제들

 

경추 부위의 척수는 손으로 가는 신경을 낸다.

 

경추에서 나온 신경들은 어깨를 거쳐 손까지 주행한다. 그러므로 목에서 문제가 생기면 손바닥, 손가락까지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경추의 질환과 손목 터널 증후군을 감별해야 한다.

 

경추 척수증 (cervical myelopathy)는 경추 부위의 척수가 눌린 것으로, 이 경우에도 손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손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손목 터널 증후군은 경추 신경병증 보다

 

1. 밤에 손저림이 더 심하다

2. 손을 사용하면 증상이 심해진다.

3. 손의 통증이 동반된다. 

 

반면에 경추 신경병증은 목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훨씬 많고, 하지에도 증상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한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을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MRI와 근전도 검사가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참고해야 한다. 

 

경추의 신경근증 (cervical radiculopathy)은 척수증과 달리 척수에서 나온 말초 신경 가지가 눌린 경우이다. 

 

6번과 7번 경추 신경이 가장 많이 눌리며, 이 경우에는 통증이 어깨에서부터 손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며 목을 굽히거나 젖힐 때 더 심하다. 

 

근전도, MRI로 경추 검사를 해볼 수 있고, 만약 손목과 목 두군데에 각각 문제가 있다면 '이중 충돌 현상 (double crush phenomenon)'으로 한쪽만 수술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4. 종괴 (tumors)

 

 수근관 내부에 종괴가 있다면 정중 신경이 눌려서 손목 터널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초음파가 가격 대비 효용성이 가장 좋으므로 수술까지 가게 된다면 고려해 본다. 

 

5. 신경에 생기는 종괴들 

 

신경에서 발생하는 종괴들 때문에도 수근관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지의 종양중 약 5%가 신경 유래 종양이다. 대부분은 신경초종(schwannomas)과 신경섬유종(neurofibroma)이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정중 신경에 생긴다면 손목 터널 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초종의 경우는 신경을 싸고 있는 막에서 발생하여 제거가 용이하지만, 신경섬유종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할 경우 신경의 기능이 상실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모든 종괴는 MRI나 초음파를 통해 감별할 수 있으므로,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영상 검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6. 신경 내부의 물주머니 (결절종, ganglia)

 

굉장히 드물지만, 신경을 싸고 있는 막 (epineurium)에서 물주머니가 발생하여 신경을 압박할 수 있다. 정중 신경말고 척골 신경 (ulnar nerve)에 가장 흔하게 생긴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관절과 연결된 관을 통해서 관절액이 신경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수술전 영상 검사로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종종 수술장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치료로는 관절과 연결된 관을 찾아서 제거해주고, 신경 주변의 결절종들을 제거해 주는 것으로 한다. 

 

7. 상완 신경총(brachial plexus)의 염증

 

Parsonage Turner syndrome이라고도 불리며, 상완 신경총이라는 상지로 가는 신경 다발에 급성 염증이 생긴 경우이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몸에 감염 증상 등 염증이 있은 뒤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갑작스럽게 어깨에서부터 아래로 통증이 뻗쳐가면서 힘이 빠지게 된다. 

 

운동 신경은 완전히 마비되고, 감각 신경은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진단은 근전도 검사로 할 수 있으며, 치료는 대증요법이고 확실한 치료제는 없다. 대부분 원상 복귀된다고 한다. 

 

8. 다발성 말초 신경 병증 (peripheral polyneuropathy)

 

당뇨병에서 발생하는 말초 신경 병증

 

말초 신경들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병으로,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알코올 중독, 감염, 영양소 부족, 항암 치료 등으로 발생한다. 몸에서 가장 멀리 있는 신경들에서 먼저 발생해서, 발이 가장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증상은 양손, 양발 모두에서 나타나므로 감별이 필요하다. 신체검진에서는 심부 힘줄 반사가 감소해 있으며, 근전도 검사에서는 사지의 근전도 속도가 떨어져 있다. 

 

 

9. 다른 압박성 신경병들

 

흉곽 출구 증후군, 또는 회내근 증후군 등과 감별을 요한다. 

 

흉곽 출구 증후군은 목에서 나오는 상완 신경총이 전사각근과 중사 각근 사이에서 눌리면서 발생하며 몸에서 가까운 쪽부터 먼 쪽으로 증상이 발생하고, 척골 신경 쪽 증상이 먼저 발생한다. 또한 손목 터널 증후군과 병발 시 두 군데를 모두 치료해줘야 한다. 

 

회내근 증후군은 정중 신경이 손목 쪽이 아니라 팔꿈치 쪽에서 회내근, 손가락 굽힘근, 이두박근의 근막 등에 눌리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손목 터널 증후군과 같이 정중 신경 증상이 있어서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회내근 증후군에서는 손바닥의 감각도 저하된다는 것이고, 손가락의 힘도 빠져서 Ok를 못 만드는 Ok sign을 보인다. 

 

결론

 

손목 터널 증후군은 가장 흔한 신경병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드문 질병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은 언제나 정확한 병력 청취와 신체검진을 해야 한다. 상지뿐만이 아니라 하지 검사도 해야 하며, 모든 병들을 파악하고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들 본인도 증상을 명확하게 정리하여 의사에게 전달해 주면 진단에 도움이 되므로 유의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