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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남편의 talk talk talk/기타 잡담

성공한 기업들은 수직적 통합을 이루어냈다 (feat. 애플, 플랫폼 제국의 미래)

스콧 갤러웨이 저, 플랫폼 제국의 미래

 

이번에 읽은 책은 '플랫폼 제국의 미래'입니다. 

 

수년간 주목받아온 기업들은 다름이 아닌 플랫폼 기업들입니다. 

 

미국에는 아마존,페이스북 우버, 넷플릭스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카카오톡, 쿠팡 등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전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 네 곳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그 네 기업입니다. 

 

이 중에서 애플의 수직적 통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수직적 통합은 무엇일까요?

 

경제학자(산업조직론)들이 말하는 수직결합은 생산의 수직계열상에 있는 두 기업이 결합하여 법적으로 하나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경영학자(경영전략)들이 말하는 수직적 통합은 '부품 생산~유통'의 수직적 가치사슬 중 2개 이상의 가치사슬 활동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다. (출처 : 나무위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삼성 전자는 수직적 통합을 이룬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회사이면서, 디스플레이 회사입니다. 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바탕으로 휴대폰을 만들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마트도 유통회사이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자사 브랜드 (PB) 상품들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노브랜드 매장과 노브랜드 버거 등이 있습니다. 

 

수직적 통합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비용의 절감입니다. 

한 회사가 직접 관리하면서 중간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여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마진을 남기고,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수직적 통합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선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유통회사가 생산을 하려면 생산 설비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리고 전문성이 낮은 분야에 잘못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A를 생산하던 기업이 갑자기 B를 생산해야 한다면, 생산 설비를 바꿔야 할 수도 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유통회사는 A를 취급하다가 B를 취급해야 한다면 B를 만드는 회사를 찾아 계약하면 됩니다. 

 

-수직적 통합에 대해서는 저의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아닙니다

 

저자는 애플의 성공 요인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설립을 꼽습니다. 

애플은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애플이 2001년에 명품 브랜드와 같이 화려한 로드샵을 엽니다. 

 

잡스가 애플 매장을 연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온라인에만 집중해야 할 때에 오프라인에 과도한 투자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애플 매장은 애플을 대표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 전에 1호점이 가로수길에 열렸습니다. 

 

가로수길의 애플 매장, 출처: 구글 맵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고, 내부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가득 차 있으며, 직원들은 천재(지니어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뺏기에 충분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전자기기 회사에서 이러한 매장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특이한 일입니다. 

 

이렇게 화려한 오프라인 매장이 왜 수직적 통합을 의미할까요?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회사가 도매상이 아닌, 소매상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즉, 직영점을 만든다는 것은 제조부터 유통까지의 가치 사슬을 애플이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은 애플이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로서 발돋움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사치재라는 것은 필요 이상의 기능을 담고 있거나, 필요 이상으로 가격이 비싼 것들을 말합니다. 

 

명품 핸드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에르메스 버킨백이라는 가방이 5만 원짜리 인조 가죽 가방과 차별화되는 기능은 없습니다. 

즉 필수적인 기능은 가방으로 같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200배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에르메스 백에 열광합니다. 사치품이기 때문이죠. 

 

 애플의 핸드폰, 노트북들도 경쟁사 제품들보다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필수적인 기능들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애플 제품을 선망하고, 아무리 비싸더라도 소유합니다. 

 

왜냐하면 애플도 사치품이기 때문입니다. 

사치품이 되려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실용적인 만족감을 넘어 심리적 만족감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만족감의 근원은 다른 사람과의 차별성입니다. 

 

애플을 사용하는 사람은 더 세련되고, 젊고, 창의적이면서 돈도 많다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들이 아이폰을 쓰는 남자들에게 더 끌린다는 인터넷 게시물이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출처 https://www.dogdrip.net/dogdrip/239969439

위의 게시물은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다른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이 글들이 모든 여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플 아이폰이 어떠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오프라인 매장이 애플이 사치품이 되는데 어떠한 역할을 했을까요?

화려한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회사들을 떠올려 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유니클로, 지오다노의 매장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에르메스 루이뷔통은 화려합니다. 

 

홀리데이인, 노보텔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신라호텔 하얏트 호텔은 화려합니다. 

 

어떠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오프라인 매장만큼 강력한 것이 없습니다. 

 

광고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물건에 더 많은 것을 느낍니다. 

 

온라인 시대에도 이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제품도 허름한 매장에 있다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평범한 제품도 전시를 잘해놓는다면 완전히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을 다시 정리하면 

애플은 화려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어 자사의 이미지를 고급화했고, 이를 통해서 사치품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치품이 되면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요?

 

사치품이 갖는 위상은 대단합니다. 

사치품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입니다. 

 

휴대폰을 살 때에 기능에 따라 값을 매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애플 제품은 이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경쟁사에 비해서 성능이 부족해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구입합니다. 애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폰 11까지 애플의 전제품은 램이 4기가를 넘지 못하였습니다. 반면에 경쟁사인 삼성 갤럭시 제품들은 6기가가 넘는 램들을 탑재했지만 아이폰의 판매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애플은 엄청난 수의 마니아들을 확보했고, 이 팬덤은 애플이 어떠한 제품을 내놓아도 지갑을 열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자가 애플이 사치품으로서 위상을 확립하는데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과대평가했다고 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의 깊이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좀 있는데, 애플에 관한 글에서도 느낍니다. 

 

사실 수직적 통합을 이야기했다면 CX, 즉 customer experience를 반드시 언급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직적 통합의 장점 중의 하나는 고객 경험의 통제입니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도 언급이 되었던 내용입니다. 

 

고객 경험이라는 것은 물건의 검색, 구입부터 시작해서 배송까지를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제품 사용에 따른 피드백까지도 여기에 포함을 시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일련의 구입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러한 고객 경험의 통제를 위해서 기업들은 수직적 통합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재들은 판매 과정에서 고객 경험을 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과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포카칩이라는 과자를 판다고 할 때에, 농심이 직영하는 판매점이 없기 때문에, 과자는 아무런 형태로 전시가 되고 팔려나갑니다. 

 

때로는 구멍가게에서, 때로는 편의점에서, 때로는 근사한 과자 선물세트에 포함되어서 팔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키 정도만 되어도 판매 과정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나이키 직영 매장들을 가보면 잘 교육된 직원들이 멋지게 전시된 제품들을 보여주면서 고객들에게 판매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이키 제품들은 할인 매장에서 다른 제품들과 섞여서 팔리기 때문에, 항상 고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애플의 직영 매장들도 결국 고객 경험의 통제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 경험의 통제 관점에서 애플의 수직적 통합을 본다면,

애플 성공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제조한다는 것입니다. 

 

삼성 핸드폰은 독자적인 OS가 없고 안드로이드들 사용합니다. 

구글은 독자적인 핸드폰이 있기는 하지만 미약하고, 안드로이드라는 OS가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과 iOS를 모두 생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콘셉트와 소프트웨어의 콘셉트를 모두 통제하여 고객들이 사용할 때에 최고의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만족감이 애플이 사치품으로서 인정받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화려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 경험의 통제 요소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이 책은 플랫폼 제국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한다는 점에서는 유익하지만, 그 깊이에 있어서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트렌트 코리아 2021'이 훨씬 깊이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들이 너무 근거가 부족한 채로 쓰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업 분석 부분 말고,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간 뒷부분은 자기 경험에만 갇혀서 본인 자랑만 하다 끝나는 느낌이 듭니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진화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들도 민망할 정도로 얄팍합니다. 

 

한 번쯤은 읽어볼 만 하지만, 탐독하기에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