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형외과 의사라서 환자들은 팔다리를 아파하면서 온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팔다리는 다 표면에 있어서 어느정도 만져지기 때문에
신체검진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서는 진단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우선 의사는 매우 정성스럽게 진찰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상 3분진료를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예약은 5분당 한명씩 잡혀있는데, 자세히 보려면 어떤 경우는 10분 20분이고 걸린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한테 볼멘 소리를 많이 듣기도 한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나도 미안해서 더 자세히 봐주면, 뒤에 환자는 더 늦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환자를 자세히 본다는 것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환자의 증상을 전부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환자는 답을 알고 있다.
자세 물어보고, 여기저기 만져보면 환자가 '아 거기가 아파요!'라고 말한다
나도 속으로는 '유레카'를 외치면서 거기에 맞춰서 진료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1. 의사가 환자에게서 증상을 정확하게 끌어내서 진단하는 것
2. 환자가 의사에게 본인의 증상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이번에는 환자가 의사에게 본인의 증상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모든 것은 육하원칙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 언제? 언제부터 아팠는지 말해주면 좋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아는게 쉽지는 않다. 나 같은 경우도 아펐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 2주? 한달?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최대한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는게 좋다.
환자들은 대부분 오래되었어요. 얼마 안되었어요.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기간은 매우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에, 숫자로 말해주면 좋다.
예를들어, ' 한달 정도 되었어요' '6개월 정도 되었어요'
숫자가 안되면 계절이라도 좋다
' 작년 가을부터 아팠어요' '올 겨울부터 아팠어요'
이렇게 말해주면 진료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러면 만성인지 급성인지 판별이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하루 중 언제 아픈지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절염의 경우에는 많이 쓰고 나서 저녁부터 아픈 경우가 많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아침에 아픈 것이 특징적인 증상이다.
예를들면 '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아파요' '일하고 집에 오면 저녁부터 아파요' 라는 식이다.
# 어디서? 정확히 아픈 부위를 설명해주면 좋다.
환자들이 대부분 어깨가 아파요, 손가락이 아파요. 라고 한다.
당연하다. 그런데 본인이 더 양질의 진료를 받고 싶다면 몇번째 손가락이 아프고 , 손가락 마디 중에서 가까운쪽 먼쪽 중에 어디가 아픈지 말하는것이 좋다.
예를 들면 ' 엄지 손가락의 끝에 마디가 아파요'
'어깨 앞쪽이 아파요', '어깨 뒤쪽이 아파요'
#무엇을? 어떤 동작을 할 때 아픈지 알려주면 좋다.
특정한 동작을 하면서 아픈지 알려주면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예를 들면, '어깨를 뒤로 돌릴때 아파요' '차 뒷자석에 있는 짐을 짚으려고 할 때 어깨가 아파요'
' 문고리를 돌릴 때 팔꿈치가 아파요.'
#어떻게? 통증이 어떤 양상인지 말해주면 좋다.
통증은 종류가 여러가지다. 뻐근하다. 찌르는듯이 아프다. 쪼개지는 것 같다. 당긴다. 저린다.
칼에 베이는것 같다. 묵직하다. 돌덩이가 올라가 있는것 같다.
예를들면, '손가락이 뻐근하다' '손가락 끝이 저리다.' '목에서부터 팔까지 당기듯이 아프다'
관절염이면 뻐근하고, 디스크는 당기듯이 아프거나 저리다. 급성 염증이면 깜짝깜짝 놀래게 아프다.
#왜? 어떤 연유로 아프게 되었는지
다쳐서 아픈지, 내 직업상의 이유로 손가락을 많이 써서 아픈지, 많이 걸어서 아픈지
등등을 알려주면 매우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질병들은 나의 반복적인 행동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
예를들면 ' 컴퓨터 프로그래머라서 하루종일 타자를 쳐요.' '인테리어 시공업자라서 손을 많이 써요'
등이 되겠다.
당연히 의사의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환자와 의사는 서로 도와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나는 환자에게 항상 말한다. '우리 같이 잘 해봅시다.' 라고.
서로 더 정확한 의사소통을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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