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주홍글씨 자경단과 웹툰 비질란테 뜻, 조두순 사건

최근에 텔레그램 n 번방 사건으로 사람들에 충격에 빠져있고, 그 와중에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털어서 공개하는 텔레그램 자경단 주홍글씨가 활동을 하고 있다. 앞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과연 범죄자의 인권을 어디까지 지켜줘야 할 것인가? 

 

2020/03/27 - [진지한 남편의 talk talk talk] -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주홍글씨 자경단의 신상공개, 과연 정당할까?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주홍글씨 자경단의 신상공개, 과연 정당할까?

 

비질란테 (Vigilante): 영어로 자경단이란 뜻이다. 발음은 '비질란테'가 아니고 비질랜티(vɪdʒɪˈlænti). (출처: 나무위키)

 

자경단(自警團, Vigilante)이란 경찰 등의 공권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범죄, 폭동, 전쟁 등이 일어나거나, 치안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공적 기관이 제 구실을 못 할 때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조직이다.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다크 히어로들이 자경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공권력이 제 기능을 하고 있어도 그들을 보조할 목적으로도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적제제 私的制裁 / Vigilantism와도 비슷한 의미를 갖으며, 사적 제제는 사형(私刑)이라고도 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해진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 유형적 또는 사회적 제재(制裁)를 말한다. 즉, 법의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죄인에게 내리는 형벌을 의미한다. '사매질(私─)'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 역시 말 그대로 사사로이 행하는 매질을 의미한다. 다만, 이 경우 권세 있는 자가 약자를 잡아들여 때리는 매만을 의미한다.(출처:나무 위키)

 

대표적인 비질란테로는 배트맨, 슈퍼맨 등이 있다. 쫄쫄이를 입은 사람들이 대체로 자경단이라고 보면 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영화 포스터

 

이런 히어로들 말고, 비질란테라는 이름으로는 영화로도 있고, 웹툰으로도 있다.

 

2018년 올리비아 와일드 주연 '비질란테' 영화

2018년 연재를 시작한 김규삼 작화의 웹툰 '비질란테'

 

김규삼 작가는 tvn 드라마' 천리마 마트'의 원작자로 유명하고, 네이버 웹툰에서는 '하이브', '오오라', '정글 고등학교' 등으로 히트작들이 많다. 

 

또 다른 히트작' 비질란테'는 2018년 12월에 영화, 드라마화 확정되기도 하였다. 

 

웹툰 비질란테 줄거리 

주인공은 '김지용'이라는 남자이다. 그가 어릴 때, 엄마가 어떤 남자에게 기분 나쁘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맞아 죽었지만 범인은 살해 의도가 없었던 점과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 또 깊이 반성한다는 이유로 3년 6개월의 실형만을 선고받았고, 그는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17년 뒤, 한 버스기사가 승객들 중 한 명에게 모질게 얻어맞는다. 그 승객은 버스기사가 신고했던 폭행범이었고, 범인은 그 정도로는 며칠 살지도 않는데 네가 날 신고하냐며 보복성으로 계속 두들겨 팬다.

범인은 버스에서 내리고, 김지용은 그를 뒤쫓아간다. 그 범인은 김지용의 어머니를 때려죽였던 사람이고, 전혀 반성하지 않으며 전과 18범이 되어있었다. 김지용은 그에게 

 

"고마워, ㄱ ㅅ ㄲ로 남아있어 줘서'라며 엄마의 복수를 한다. 

 

웹툰의 댓글들은 열광한다. 비질란테가 필요하다고 하며, 지용이의 행동에 적극 찬성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가 아닐까

 

사적 제제나 비질란테를 원하는 사회는 대체적으로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경우라고 한다.

일례로, 멕시코의 한 버스에서 강도짓을 시도했다가 승객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일도 있다. (무려 2017년)

https://youtu.be/7XzK3Os0g8M

멕시코에서 버스 강도 집단 린치하는 시민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비질란테를 원하는가?

웹툰 비질란테에서 모티브로 삼은 사건들 중에 2009년 '조두순 사건' 이 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당시 만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한 아동 성폭행 및 중상해 사건. 피해 아동은 이로 인해 성기와 항문 기능의 80%를 상실해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하는 영구 장애를 입었다. 그런데도 조두순은  징역 12년형, 7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 5년간 정보 공개 처분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라고 분노했었다.

 

당시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그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 미약'이었다는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12년으로 선고가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7120609455072666

다시 보는 '조두순 사건'… 왜 12년형 받았나 - 머니투데이 뉴스

이런 사건들이 생기면서, 국민들은 사법체계를 불신하게 되었고, 그 반작용으로 비질란테 같은 웹툰에 열광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사적 제제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원한은 생기기 마련이고, 조금만 본인 마음에 안 들어도 복수를 하기 위해 사적 제제를 행한다면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쾌락 살인범과 권력과 힘이 있는 사람들이 악용할 여지가 높기 때문에 금지하는 이유도 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비질란테의 활동이 합법적이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고려 시대의 복수법. 그 당시에도 복수법의 부작용으로 전국적으로 범죄가 난무해서 1년도 안되어서 법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홍글씨 자경단도 사적 제제, 비질란테의 한 형태이다. 

그렇다면 주홍글씨 자경단의 행동도 사적 제제라서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인가. 아직은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고, 가해자들이 다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이라 판단하기 이르다는 생각이 들고, 과연 내가 판단할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가족이 피해자인데, 가해자들이 신상 공개도 안되고, 제대로 된 처벌도 받지 않고, 범죄 수익 조차도 환수하지 못한다면, 과연 주홍글씨 같은 사적 제제를 반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결과에 진심으로 나는 사법체계를 믿고, 판결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