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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의사의 건강이야기/소아과 일반 상식

우리 아기는 언제 통잠을 잘까요? 수면 교육은 효과가 있을까요? (feat. 백 일의 기적은 없다)

아기가 태어나면 모든 부모들이 겪는 고통은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는 것은 백일의 기적, 이백일의 기적처럼 통잠을 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아기 수면 교육을 시키며 통잠의 기적을 기다립니다. 

통잠은 언제 잘까요 (출처 : pixabay)

그렇다면 이런 수면 교육으로 통잠을 자게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생후 4-6개월 이전에 시행하는 수면 교육은 효과가 매우 적고,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아기들의 수면 패턴부터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결론에 대해서 바로 알고 싶으시면 글의 마지막 부분으로 이동해 주세요. 

(저의 글들은 항상 논문이나 공신력 있는 출처(질병청, CDC) 등 만을 이용합니다. )

 

 

신생아, 유아와 어린이의 정상 수면 패턴에 관한 체계적 문헌 고찰 논문입니다. 

 

체계적 문헌고찰이란?

체계적 문헌고찰'이란 의학적인 진단, 치료, 예방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때 기존의 연구자료들을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궁금증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연구 방법을 말한다. 

출처: https://hineca.kr/1512 [Hi NECA]

체계적 문헌고찰에 사용된 문헌 수

본 저널에서는 총 34개의 논문을 이용하였고 

22개는 유아에 관한 것

7개는 전 학령기

나머지 13개는 학령기 아이들의 수면 패턴에 관한 것입니다. 

 

이 논문들의 수면 패턴 자료를 모아서 수면 패턴의 정상치를 추측해보는 것입니다. 

 

수면 패턴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수면 시간부터 보겠습니다. 

 

수면 시간 (sleep duration)

https://pixabay.com/ko/images/search/baby%20cradle/

전체 논문의 82%에서 수면 시간을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각 연령대 별로 수면 시간을 측정했고 평균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령대 별 수면 시간

위의 표를 보면 0-2개월 때는 평균이 14.6시간. (범위 9.3-20.0시간)입니다. 

그리고 개월 수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12개월, 돌이 되었을 때는 하루에 평균 수면 시간이 12.9시간입니다. (범위  10.1-15.8)

 

그리고 또 눈에 띄는 점은 아이가 어릴수록 수면 시간의 편차가 굉장히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2개월 때에는 9시간부터 20시간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아기가 평균 수면시간과 많이 다르더라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기마다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밤에 깨는 횟수 (number of night wakings)

우는 아기 (출처 픽사베이)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통잠과 연관된 수치입니다.

밤에 잠에서 깨는 횟수 통계

위의 표를 보시면 신생아 시기가 포함된 0-2개월 때에는 평균 1.7번을 깨고, 최대 3.4번까지 깬다고 되어있습니다. 

 

신생아 시기에 통잠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3-6개월, 즉 백일의 기적 또는 이백 일의 기적이 포함된 기간에도 평균 깨는 횟수가 0.8회입니다. 

최대는 3회라고 되어있네요. 

 

7-11개월에도 1.1회(최대 3.1회), 1-2년에도 0.7회(최대 2.5회)나 깹니다. 

 

이럴 수가. 통잠의 기적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2살 때 까지도 아이가 깨서 웁니다. 

 

물론 깨고 나서 다시 조용히 잠드는 아기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통잠이라고 느끼는 비율을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제로 육아 김진선 지음

 

이번에는 잠깐 다른 책을 참고해 보겠습니다. 

 

김진선이라는 정신과 의사분께서 쓰신 책이고, 책 중에서

 

'수면교육하지 않아도 돼요'라는 챕터를 참고하면 통잠 자는 아이의 비율이 나와있습니다.

(책에 출처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

 

뇌가 성숙하면 저절로 잘 자게 됩니다. 수면 교육을 하든 안 하든요. 그 시기는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데, 아이들의 2/3 정도가 그즈음 통잠을 잡니다. 즉, 백일 된 아이는 대부분 통잠을 자지 않습니다. 

... 백일의 기적 아니죠. 이백일의 기적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조차 100퍼센트 맞는 얘기가 아녜요. 6개월 무렵부터 자다 깨서 부모를 찾느라 우는 아이가 새로 생겨요.

.. 자 , 그러니까 '그냥 1년은 고생한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백일의 기적 따위는 없습니다.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백 일이 되어도 약 66%만 통잠을 잔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는 백일, 이백 일이 되면서 통잠은 아니지만 한 번에 자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연령대 별로 가장 길게 자는 시간 (Longest sleep duration)

잠자는 아기 (출처 픽사베이)

앞서 살펴보았듯이 어른이나 학령기 아이만큼 8시간을 연속으로 자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안됩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길게 자는 것을 원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럼 아기들은 얼마나 길게 잘 수 있을까요. 

 

아기의 최대 수면 시간

 

위의 표를 보면, 세분화되어있지는 않지만, 0-5개월 일 때에 평균적으로 최대 5.7시간 잘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소 1.8시간, 최대 9.6시간, 즉 편차가 크므로 우리 아기가 5.7시간 잘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수면 패턴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서 수면 시간이 평균적으로 변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나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수면 시간에 영향을 줍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유 방법입니다. 

bottle feeding(출처 픽사베이)

평균적으로, 모유 수유하는 아기들이 분유 수유보다 밤에 깨는 횟수가 많습니다. 

 

또 다른 요인은 인종입니다. (Ethnic difference)

인종에 따라 아기들 수면 시간이 다르다 (출처 픽사베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시아 문화가 지배적인 곳은, 다른 인종들이 사는 곳보다 약 1시간 덜 잔다고 합니다. 

이는 0-12세 전체 평균을 놓고 보았을 때입니다.

 

나이를 더 세분화해보면

 

학령기 이이들(school aged children)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중국의 학생들이 미국의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한 시간 씩 덜 잔다고 하며, 이는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0-3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도 아시아 문화가 지배적인 곳은 코카시안(caucasian) 문화가 지배적인 곳보다 총 101분을 덜 잔다고 합니다. 

 

아시아인들은 밤에 깨는 횟수도 다른 인종에 비해 많다고 합니다. (Mindell et al)

그리고 이것이 짧은 수면시간과 연관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인종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게 생물학적인 요인인지, 문화적인 요인 때문인지는 모릅니다. 

그냥 이렇게 경향성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수면 교육 책을 보고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수면 교육 책 (출처 : Yes 24)

우리 애는 왜 책이랑 다르지?

부모가 문제가 있는 건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우리 아기는 아시아 인이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걱정 마십시오. 

그렇다면 수면 교육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침실 환경 (출처 픽사베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고 제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6-12주 경에 아이 통잠을 재우기 위해서 온갖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이 방법들은 행동학적 수면 개입 술이라고 합니다.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주로 아기들에게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 주거나 신호를 줘서 잠이 들게 하는 것이고, 자는 중에는 백색 소음 등을 틀어주며 적절한 수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들이 신생아들이 스스로 잠드는데 도움이 되고, 수면 시간이 늘기는 하지만 매우 미약하다고(modest increase) 합니다.

 

오히려 신생아들이 우는 것을 줄이지 못하고, 유아기 후반의 수면 또는 행동의 문제를 줄이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초기 1개월 이내에 시행하는 수면 훈련은 아기가 불필요하게 많이 울게 되고, 엄마의 걱정만 늘고, 무리한 분리 수면은 아기의 돌연사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호주에서 시행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비교 연구에서도 4주부터 수면 교육을 시행하였지만, 4개월 또는 6개월째에 아기의 울음이나 수면 문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4-6개월 이내에 시행하는 수면 교육은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앞에서 쭈욱 말씀을 드렸습니다. 

 

- 아이들이 잠을 못 자는 것은 아직 발달이 덜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개월까지의 아이들 중 2/3만이 통잠을 자고, 나머지는 1년이 되어야 통잠을 잡니다. 1년까지 기다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통잠 자니 걱정 마십시오. 

 

- 아기들이 5개월까지는 가장 길게 잘 수 있는 시간은 평균 5.7 시간입니다. 통잠 못 자는 게 정상입니다. 그리고 이 수치도 평균이기 때문에 우리 아기가 덜 자거나 많이 잔다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 2개월까지 아기들은 밤에 평균 1.7회 깹니다. (이것 조차도 편차가 커서 어떤 아이들은 안 깨기도 합니다. )

  이 때의 수면 교육은 의미가 없습니다. 

 

- 3-6개월은 평균 0.7회 정도 밤에 깹니다. 그리고 7-11개월이 되면 1.1회로 증가합니다. (역시 아기들마다 편차가 큽니다. )  즉, 1년까지 밤에 깨는 것은 정상인 것입니다. 

 

- 아이들은 수면 시간이 들쭉날쭉합니다. 개인차도 크고, 날에 따라서도 많이 다릅니다. 옆집 철수는 통잠 자는데, 우리 아기 통잠 못 잔다고 부모 탓할 필요 없습니다. 

 

- 아시아 아기들이 평균적으로 덜 자고, 밤에 많이 깬다고 합니다. 한국 아기들 밤에 통잠 못 자는 거 정상입니다. 

  외국 서적들 보고 현혹되지 마세요. 베이비 위스퍼 골드 등은 외국 아기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책과 우리 아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모유 수유를 하는 경우에 아기들은 밤에 더 잘 깹니다. 그러니 분유 먹는 아기와 비교하지 마세요. 

 

- 그렇다고 수면 교육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 12주 이후부터는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빨리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면 교육 효과가 없어도 좌절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이루어집니다.

첨언

 책도 읽고 논문도 읽다 보니, 케바케, 될 놈 되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는 우리 선택이 아닙니다. 잘 자는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잘 잡니다. 안자는 아기는 돌이 지나도 안 잡니다. 

 

 수면 교육이 12주 이후에는 효과가 좀 있을 수 있지만, 안 잘 아기는 절대 안 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성숙한 성인들조차도 수면 교육 안 통합니다. 흔하디 흔한 다이어트 성공하는 사람도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아기들이 우리가 교육한다고 딱 맞춰서 잘 것을 기대한다는 것. 어불성설입니다. 

 

이 글을 쓴 주목적은, 아기가 통잠 안 자서 스트레스받는 부모님들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육아하는 부모님들 파이팅입니다. 

 

references

Galland BC, Taylor BJ, Elder DE, Herbison P. Normal sleep patterns in infants and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of observational studies. Sleep Med Rev. 2012 Jun;16(3):213-22. doi: 10.1016/j.smrv.2011.06.001. Epub 2011 Jul 23. PMID: 21784676.

 

Whittingham K, Douglas P. Optimizing parent-infant sleep from birth to 6 months: a new paradigm. Infant Ment Health J. 2014 Nov-Dec;35(6):614-23. doi: 10.1002/imhj.21455. Epub 2014 Jul 28. PMID: 25798510.

 

제로 육아, 김진선 저